경마기수는 노동자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기수, 국내 최초 노동조합 설립신고

민주노총 전국 공공운수 노동조합 부산본부는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마기수는 엄연히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다”며 노조설립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노조 설립에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 기수 31명 중 휴직 중인 3명을 제외한 28명이 참가했다.

그 동안 기수 개개인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었지만, 단체 노조가 없어 교섭권이 없었다. 공공운수 노조는 경마 기수들의 산별노조 설립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마기수에 대해 개인사업자라고 강조해 왔다.

부산경마장 소속 기수들은 8일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더 이상 개인사업자가 아님을 선언하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산시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다.

앞으로 부산시가 부산·경남 경마기수노조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 설립 신고필증을 교부하면 정식 노동조합으로 출범하게 된다.

부산시는 기수들이 특수고용직 형태이기 때문에 노조 설립 여부를 고용노동부에 문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마기수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은 대법원이 학습지 교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판단한 판례를 들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의 판례를 경마기수의 노동실태에 적용하여 보면 기수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근거는 아래와 같다.

  •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인 소속조 조교사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인 기수와 체결하는 기승계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 노무제공자인 기수는 기승계약을 체결하고 특정 사업자인 조교사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경마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 사용자인 조교사는 노무제공자인 기수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하고 있다.
  • 노무제공자인 기수가 조교사로부터 받는 계약조교료, 실적조교료, 경마기승료 와 상금 등은 노무 제공의 대가이다.
  • 노무제공자인 기수의 소득은 기승계약을 체결한 특정 조교사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기수와 특정 조교사와의 기승계약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이다.

설혹, 기수중에 기승계약을 체결한 특정 조교사에게 전속된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그 소득이 기승계약을 체결한 특정 조교사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요소에 관한 제반사정등을 고려할 때 기수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조교사와 대응한 위치에서 노무제공 조건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므로, 이는 기수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데 영향을 끼치지 않음으로 기수는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이다.

4박 5일의 오체투지 행진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책임자처벌-마사회 갑질구조 개선. 설 전 해결”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단을 꾸렸다. 17일 과천 서울경마장을 출발하여 청와대 앞까지 4박 5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21일(화) 오후 4시반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단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

문중원 기수 아내 오은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56일째 장례못하고 광화문서 오체투지, 조교사 승부조작 압박에 괴로움 호소
7명의 기수, 관리사 죽었는데도 징계없어.. [유서보기]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문

‘열사정신 계승’하는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조합이 되겠습니다.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자들은 오늘, 당당하게 노동자의 대열에, 민주노조로 합류함을 선언한다.

흔히들 경마의 꽃은 기수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기수들은 한국마사회-마주-조교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에서 꽂이기는커녕 복종과 굴종의 노예같은 삶을 살았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속으로 부당함이 판을 쳐도 누구 한사람 나서지 못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개장 이래 기수와 마필관리사 등 일곱명이나 목숨을 던졌다. 그들이 목숨을 바친 이유는 돈과 경쟁으로, 성적순으로 이루어지는 죽음의 경주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마주-조교사의 부당한 횡포와 갑질이 그 원인이다. 최근 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은 부정비리와 갑질 횡포가 극에 달해서 폭발지경에 이른 것임을 말해준다.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자들은 오랜 고민 끝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의 출발점은 일곱명의 노동자들의 의로운 죽음과 저항에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노동조합을 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았다. 죽지 않고 살아서 노동조합으로 뭉쳐 싸우는 것이다.

그동안 경마기수들은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아래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맺고 경마에 뛰어들었다. 한국마사회와 마주들은 조교사에게 모든 권한을 떠넘기고 뒤에서 이윤을 챙기기에 급급했고, “기수는 마사회 직원이 아니다”고 공언해왔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 발딛고 서있는 존재들인가.

경마기수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우리는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이다. 이걸 부정해선 안된다.

우리가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가 되기까지의 먼 길을 걸어왔다. 우리 조합원들이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기본으로 하여 기수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한편, 돈 보다 생명을, 경쟁 보다는 공정을 추구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스포츠산업으로서 경마를 지속, 발전시키는 일이 아니겠나.

우리는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고, 민주노조로서 책무를 다할 때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확언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길을 간다면 죽음을 부르는 선전경마를 폐기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꽃이기를 거부한다. 지금부터 영원히 기억되는 민주노조의 당당한 조합원으로, 노동자로 살고 싶다. 기수 故 문중원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와 흔적을 가슴깊이 간직하는 것이 산 자의 몫이고 노동조합의 책무이다. 경마기수 노동조합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로서 힘차게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20년 1월 20일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조합 설립신고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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